하기자 맘대로 공연평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너무 멋진 댄스

하성인 2017. 3. 26. 08:53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 하늘 아래 산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대한민국 땅 어디에 산들 누가 뭐라 할까마는 그래도 난 서울에 산다. 뭣 땀시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성능이 발휘되는지는 몰라도 마스크에 쓰고 그것도 모자라 손수건으로 서부 영화의 갱단처럼 얼굴을 가린 채, 스쿠터를 타고 아침 일찍 국회로, 극장으로, 공연장으로 내 달리고 있다.

영화 '랜드 오브 마인'이라는 영화의 끝부분을 남겨둔 채, 극장을 나와 신나는 한편의 공연이 미세먼지 조차도 날려 버릴것같았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참참참..! 공연 제목도 이상하다고 하면서 부랴부랴 공연장에 들어 섯다.

참으로 친숙한 안은미 댄서의 빡빡머리가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길래 부지런히 셔터를 누른다.. 그런데 공연 시작 후 30여분이 지났을까? 동네 할머니 같은 분들이 춤을 추며 나온다(?).. 무용수 맞나? 의심이 많이 들지만,...어? 한사람이 아니다.

한마디로 떼로 몰려 나와서 춤을 춘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춤추는 폼새가 이름하여 막춤이다.

덩실덩실할 것같은 춤속에 템포가 빠르게 이어지기도 하며,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도 못하게끔 춤은 점점 재미를 더해 간다.!ㅁ

춤의 끝판왕은 누가 뭐라고 해도 '막춤'이라고 하고 싶다. 보고 있는 내내 즐겁고, 어깨춤이 절로 나오니 이거야 말로 제대로 된 춤이 아닌가?

기자라고 많은 공연을 보러 다녔다.(물론, 앞으로는 더 많은 공연을 보게 될것이지만...)

그러다보니 춤이란 것도 다양하게 봤다. 고전 발레부터 현대 무용 사교댄스 등등을...

하지만, 오늘 이 안은미 댄서가 던져준 ‘한국인의 몸과 춤’에 대한 리서치 작품으로 올려진 이 무대 만큼 춤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린것은 없는것같다.

시골 할머니들의 ‘막춤’에서 영감을 얻은 안 안무가가 실제 할머니를 무용수로 초대, 전문 무용수들과 함께 뒤 섞인 30여명의 할머니들이 신명나는 ‘춤판’이 벌어진다.

그렇다. 역시 동네 아줌마, 할머니들이 추는 춤이라 대단한 춤이 아니다. 그저 시대를 풍미한 옛 가요와 함께 ‘막춤’으로 시작해서 막춤을 끝난다.

그러나 이 동네 할머니들의 막춤속에는 전문 무용수들의 보이지 않는 질서가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어 예사로운 무대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저 막춤 공연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2011년  국내 초연. 2014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 해외공연한 뒤 2년간 유럽 각지에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안 안무가는 “전 세계적으로 ‘에이지즘’(나이를 이유로 차별하는 사상이나 태도)이 팽배한 현실에 우리 할머니의 춤을 세계에 보여 줬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우리의 막춤도 한류 콘텐츠로 우뚝서서 걸그룹만 있는 게 아니라, K-POP 마더 그룹도 세계를 누빌날도 멀잖은 것같다는 상상을 해 본다.

이 작품에 출연한 함머니들은 선착순으로 모집, 특별한 안무 지도도 없었다고 한다. 이는 한국인이면 누구나가 가락에 따라 흥이 몸에서 배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90분 남짓 펼쳐지는 공연은 크게 세 부분으로 할머니들이 등장하는 것은 공연 시작 후 45분 정도가 지난 뒤부터다. ‘낭만에 대하여’ ‘백만송이 장미’ '눈이 내리네' 등 가요와 함께 자유롭게 춤추는 할머니들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춤추고 싶다.

조용필의 “못 잊을 그리움 남기고 /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라는 노랫말이 흘러 나올땐 춤추는 할머니들이나 관객들(기자들)이나 모두 묘한 감상에 빠졌다.

안은미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아쉽게도 25일과 26일 양일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며, 입장료는 전석 무조건 만원이란다.

네 청춘에 부라보~~!

다음에 우리 만날 때는 신나는 막춤으로 부라보~~!